220811_[삭발투쟁결의문]_89일차, 오태경(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결의문&발언문]
- 한자협
- 08-11
- https://www.kcil.or.kr/post/495
? 장애인권리예산 촉구 89일차 삭발투쟁 결의문
안녕하세요. 저는 관악구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오태경입니다.
어느새 저도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히 말하는 이 장애인운동판에 들어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삭발을 하기 위해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은 처음입니다. 삭발을 결의하고 나서 그냥 담담히 머리 한 번 미는 거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막상 삭발하려고 보니 왠지 낯설고 참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삭발을 누구보다 하기 싫었고 안 하고 싶었습니다. 삭발이 제 차례까지 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길 기대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자리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앞서 많은 동지들이 삭발을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는지 저 또한 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당연한 권리를 위해 외치고 외쳐야 하는 겁니까? 누구에게나 있는 이동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와 노동의 권리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우러져 인간답게 살겠다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요? 늘 위정자들은 말합니다. “충분히 검토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끝나지 않을 인내를 강요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희망 고문을 당해 왔습니다. 비장애인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장애인의 세상은 더디게 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변화도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가 희생을 겪으면서 피나는 투쟁을 했기에 가능했고, 그나마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요구를 줄기차게 외쳐 왔습니다. 국가는 이제 말이 아닌 예산으로 답을 해야 합니다. 국가의 정책 중에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의 투쟁은 진영 논리도 아니고 이기적으로 우리를 특별 대우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행동을 이제 보여 줘야 합니다. 취임 100일이 다 되어가도록 윤석열 정부는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외침과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돌아오고 있지만 예산으로 답을 제대로 하기 전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간곡히 요구합니다. 이제 비겁하게 “검토해 보겠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인권리 예산 이번엔 제대로 편성하십시오.
구호로 마치겠습니다. 장애인도 대한국민의 국민이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 결의문 모아 보기: https://bit.ly/삭발결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