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9_[성명서] 진주교대는 빙산의 일각, 교육계 장애인차별의 고리 이제는 끊어야 한다
- [보도&성명]
- 한자협
- 04-11
- https://www.kcil.or.kr/post/253
진주교대는 빙산의 일각, 교육계 장애인차별의 고리 이제는 끊어야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긴급 면담을 요구한다!
오늘 19일 교육부는 진주교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입시조작 의혹 관련 처분 결과 등을 발표하였다. 지난 4월 진주교대에서 중증장애인 입시조작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무려 4달 만의 일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5.20∼21) 직접 사안 조사를 실시하였고, 진주교대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점수조정 사실이 확인되어 특별전형이 불공정하게 운영되었음을 확인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사안 조사에서 진주교대 중증장애학생 입시성적 조작 차별의 전모를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교육부가 밝힌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2018년도 1건만 부당한 입시조작이 있었다고 확인했으며, 추가로 점수조작 사례가 발견하였으나, 명확한 증거가 없어 경찰 수사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중증장애학생 입시성적 조작이 입학팀장의 개인 일탈에 의한 것인지, 조직 차원의 장애인차별 지시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였으나, 대학 조직 차원의 장애인차별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도대체 4달의 기간 동안 교육부가 무엇을 조사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서류평가에서 명백한 점수조작을 확인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이건 왜 차별로 인정하지 않는가? 중증장애인에게 큰 폭의 점수를 하향 조정한 것 그 이상의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입학사정관인 제보자가 진주교대 측에 성적조작 관련한 내용을 제보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은폐한 정황이 확인되었는데 이건 왜 조직 차원의 장애인차별로 보지 않는 것인가? 교육부의 결과발표에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의문만 제기될 뿐이다.
진주교대의 중증장애학생 입시성적 조작사건은 명백한 입시 부정이자 장애인차별 사건이다. 진주교대는 2017학년도 2019학년도 3년간 장애학생의 입학성적 조작을 자행했다. 일회성의 단발적 사안이 아니라 숨겨졌을 뿐 우리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온 장애인차별이 오롯이 드러난 사건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차별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까지도 차별행위로 정하고 있다. 진주교대의 경우 단지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시 채점과정에서 점수를 낮춰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를 한 것이 녹취록이 남아있고 이로 인해 점수조작을 한 것이 점수표로 남아있다. 증거도 명확하고 차별의 고의성도 분명하며 피해자와 피해 사실도 명백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차별 입증의 책임을 경찰로 떠넘겨 버렸다. 진주교대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4조 및 제71조의2에 따라 가장 중한 처분인 ‘총 입학정원의 10퍼센트 모집정지’를 결정하였다고 교육부의 책임이 덜어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책임 축소에만 급급하지 말고 교육계의 만연한 장애인차별을 직시해야 한다. 장애학생 입학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 입학팀장은 “날려야 한다.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시각 1급 이런 거는 안되거든. 간질 이런 거 빼야 될 거고”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이 발언은 단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한국사회의 비장애인 중심주의·능력주의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을 둘러싼 교육에서 차별을 말하자면, 모두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나 가장 평등해야 하는 교육공동체인 대학이 장애인 소외와 배제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 기준 장애대학생은 9,653명으로 전체 대학생 수인 2,633,787명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여 0.4%에 불과하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의 2020년 대학진학률은 16.6%로 전체 대학진학률 72.5%에 비해서 매우 부족하다. 127곳의 교대·사범대 가운데 장애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이 없는 학교는 60%를 넘는 형편이다.
차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대학에서의 장애인차별로 인해서 심각한 장애인교원 의무고용률 미달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시도교육청의 평균 장애인공무원 고용률은 1.97%로 장애인 의무고용률 3.4%에 비하여 한참 미달하고 있으며 고용부담금은 38,460백만원으로 전체의 79%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2020년도 고용부담금은 50% 감면된 금액으로 지난 6월 29일 통과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에 따라 교육청의 부담금 납부금은 2026년까지 감면이 연장된 상황이다. 가장 앞서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정부 기관에서 의무고용을 가장 지키지 않고 책무성을 회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진주교대 중증장애학생 입학차별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차별을 차별로 제대로 인식할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전국 4년제 교원양성기관(대학) 중 최근 3년 동안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운영한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인차별 여부 및 전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실태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전수조사 수준으로 제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장애인고용법’ 제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1995학년도부터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이 시행되었다. 장애인에게 대한 적극적 평등 조치로서 도입하였으나,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진주교대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및 특수교육대상자 학생에 관한 특별전형 제도 정비하고 정원을 확대해야 하며, 장애인교원 의무고용 이행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계는 교육계 장애인차별 해결을 위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긴급 면담을 요구한다. 교육계의 장애인차별은 매우 뿌리 깊으며 방대하다. 교육부는 진주교대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 전반의 장애인차별 구조를 돌아보고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진주교대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비장애중심주의·능력주의 교육을 바로잡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교육권리 보장을 위하여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1년 8월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