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_[성명서] 지금의 접종 계획에서 재가 장애인은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장애인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라!
- [보도&성명]
- 한자협
- 04-11
- https://www.kcil.or.kr/post/211
스스로 마스크 착용이 어려울 정도로 혼자서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고, 호흡기 기저질환이 있어 수시로 마른기침을 하는 장애인은 접종 우선순위 대상일까? 아니다. 현재 정부의 접종 계획은 시설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재가장애인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더라도 백신을 맞을 수 없다.
남인순 의원실에서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이 21%에 다다른다. 비장애인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은 1.15%인 반면, 장애인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은 7.49%에 다다른다. 허나 정부는 감염 및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거주형태는 어떤지, 어떤 특성을 가진 장애인에게 특별히 피해가 가중되었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통계청이 연령, 성별, 장애정도에 따른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에서는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적절한 대응방안 또한 없다.
선별진료소만 하더라도 출입문이 좁거나 턱이 높아서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어, 먼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긴 시간 투석을 해야 하는 신장 장애인은 보건소까지 멀리 이동할 수 없다. 예방접종센터 또한 보건소를 중심으로 설치되고 있다. 2018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보건소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다른 공공시설의 평균보다 낮다. 정부도 장애인이 체감할 만한 접근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예방접종센터 지침에 따르면 예방접종센터의 장애인편의시설 기준으로 △승강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도움벨 △점자유도블럭 등 5가지만을 제시하고 있다. 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5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해도 과연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장애인은 이미 존재하는 건강 상태의 취약성, 일상생활을 의존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더 위험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장애인은 감염시 사망률이 높을뿐더러, 의료접근성 부족, 이동의 어려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거부,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간병 체계 부재 등으로 인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더군다나 판데믹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적, 환경적 장벽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는 더욱 악화되어, 건강권,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자립생활에 대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국제장애연맹은 장애인을 우선순위 대상으로 선정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장애인들은 배제와 차별을 경험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접종에서 마찬가지다. 백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장애인은 불평등하게 분배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에 대한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고, 접종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가장 맨 마지막에 접종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기다림 사이에서 장애인은 소리 없이 죽어가거나 숨죽여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은 있는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 1년 여 지속되었지만,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장애인 피해 현황에 대해 그 어떤 현황 파악도, 의미 있는 통계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접종 계획을 세울 의지도, 필요도 느끼지 못 하는 정부의 태도 그 자체가 재난 상황이다.
정부는 연령, 성별, 장애정도, 장애유형 등 코로나19 관련 장애인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황 파악에 근거하여, 특히 피해가 가중될 수 있는 장애유형에 대한 우선접종 계획을 수립하라. 또한 전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현 상황을 고려하여, 재가장애인 방문접종과 같이 장애특성·거주특성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접종계획을 수립하라.
2021년 4월 1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