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2025 자립왕 수기8-박민지] “내 삶을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JH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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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뇌병변, 지적 중복 장애를 동반한 중증장애인으로 자립 5년 차를 맞이하며 2025년 제13회 자립왕으로 수상한 박민지 입니다. 시설에서의 생활, 자립 준비, 지역사회 자립 과정, 그리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와 장애인 복지일자리 사업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일상과 성장,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내 삶의 시작과 변화

저의 인생은 시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장애를 가진 저를 부모님이 돌보기가 어려워 시설로 보내졌고, 시설에서 정해진 일정과 규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시설 생활은 외부와 단절된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자유로운 선택이나 저의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밥그릇, 숟가락, 작은 방이 모든 것이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현실은 통제와 반복된 규칙 속에 갇혀 생활해야 했습니다.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유일하게 책을 읽는 시간이 제겐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 속 이야기들은 외로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주었고, 잠시나마 현실의 답답함과 고단함을 잊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지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곳에서의 기억은 때론 서럽고, 때론 외로웠지만, 저는 항상 더 넓은 세상과 자유를 꿈꿨습니다.

탈시설 계기와 자립의 첫걸음

시설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계기는 작은 변화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자립주택 제도를 알게 되면서, ‘나는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살아 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는데, 그 작은 기회가 저의 큰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서 망설이고 있다가, 해뜨는양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도움과 주변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자립주택에서의 자립 준비를 시작할 수 있 었습니다.

자립주택에서는 식사, 청소, 생활 계획 등 모든 것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받는 의료 서비스, 그리고 매일의 생각과 생활 관리 등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부딪혀 가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키워 갔습니다. 남의 손이 아닌 나의 손으로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경험은 큰 두려움이었으나, 동시에 큰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완전한 자립의 길과 성장, 혼자서 살아가는 일상

자립주택에서의 생활을 거쳐, 마침내 완전히 혼자 사는 ‘진짜 자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점차 내 공간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일이 커다란 기쁨이 되었습니다. 집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며, 작은 공간을 내 손으로 채워 가는 과정은 단순한 살림이 아니라 ‘나의 삶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방 안의 가구와 그릇 하나까지도 모두 나의 선택으로 채워진 것이라 생각하니, 그 모든 것이 자립의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완전한 혼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청소, 식사 준비, 건강 관리, 외출 준비 등 하루의 모든 일이 나의 책임이 되었고, 장애로 인해 몸이 불편한 탓에 단순한 일도 때로는 큰 벽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런 날에는 스스로에게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과 좌절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순간마다 나는 ‘여행’을 떠올렸습니다. 새로운 곳을 보고,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느꼈던 그 설렘이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고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과 자유의 감정이, 일상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지금도 불편함과 외로움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이 주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며 구속이 없는 자유의 일상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해낼 수 있다. 파이팅!”이라고⋯.

지역사회와 함께, 나의 다짐: 지역사회의 나

자립으로 이어진 길 위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3년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장애 당사자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제 자신감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동료들에게도 희망을 심어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장애인 복지일자리 근로자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며, 장애인권 옹호와 장애인 인식개선이라는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업무에서의 어려움도 있었고, 몸의 불편함 때문에 쉽지 않은 순간도 많으나, 동료와 함께 고민을 나누며 성장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스스로의 모습을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다짐

자립은 스스로의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삶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 주택에서 완전자립으로, 저는 수많은 도전과 배움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 동료들이 편견과 차별를 넘어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에게 ‘자립왕’이라는 이름을 안겨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