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2025 자립왕 수기7-배유화] 나의 자립 이야기

JH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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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유화 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시설에서의 생활

저는 엄마와 둘이 살다 갑작스런 사고로 뇌수술을 받고 뇌병변 장애를 얻었습니다. 이후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중증 척추측만이 생겼고 엄마는 이런 상황에 힘들어하며 저를 동연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부터 동연요양원에 입소하여 생활하며 지내게 되었고, 그곳에서 저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척추측만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설에서의 선생님들은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으나 저에게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설에 있어서는 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방을 쓰는 언니는 나이가 육십을 훌쩍 넘었고, 시설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도 전부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습니다. 저는 제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또,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학교도 다니고 싶었습니다.

시설에서는 선생님이 오셔서 간단한 공부를 가르쳐 주시긴 했지만 저는 여기가 아니라, 직접 학교로 가서 친구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싶었습니다.

자립의 어려움

시설을 나가 학교도 다니고,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으나, 아쉽게도 자립을 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자립을 하고 싶어요.”라고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은 너무 어려 혼자서 자립을 하는 것은 어려워.”였습니다.

그래서 일 년을 더 기다렸습니다. 일 년이 지나 성인이 되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테니깐요. 그렇게 자립을 준비하며 다닐 학교도 알아 보고, 앞으로 살게 될 집에서 미리 체험도 진행해 보며 만 18세가 되는 날인 2023년 3월 7일 저의 생일날 자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내가 정말 혼자서 생활할 수 있을까?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혼자서는 어려운 일인데 나에게 필요한 지원 시간은 충분할까?’ 하는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자립을 원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활동지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마, 충분한 시간이 지원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립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립을 하고 나서

자립을 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 저는 아주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집이 생긴 것이었어요. 방에는 제가 좋아하는 인형들이 잔뜩 있었고 어두우면 무서워 잠을 못 자는 저를 위해 침대에는 작은 등도 있었습니다. 제가 씻을 수 있도록 목욕하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었고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게 집도 넓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날은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하러 와 주셨고 엄마도 제가 앞으로 지낼 집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라던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혜남학교 2학년으로 편입을 하고 반에서는 부반장을 맡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일 “차렷, 경례!”를 외쳤습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특히, 학교에서 만난 지민이는 저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자기는 아직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 집으로 초대하여 제가 어떻게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는지 보여주었더니 자기도 나중에는 저처럼 자립을 해서 이렇게 큰 집에서 방도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또, 친구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츄핑 뮤지컬도 보러 갔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시설에 계속 있었더라면 또래의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다양한 경험들도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빨리 자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는 매주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받으러 가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척추측만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설에서도 병원을 다녔지만 자립하고 나서 보다 자유롭게 병원을 오가며 체형에 맞도록 보조기기도 여러번 교체할 수 있었고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내가 선택해서 받을 수 있게 된 점이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지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로 진학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고 내년에 2학년이 끝나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졸업하고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같은 센터에 있는 언니들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참여하기도 하고 동료상담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도 나중에는 언니들처럼 일을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말

열여덟, 남들에 비해 이른 나이에 자립을 시작했으나 자립한 지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걱정도 있었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도 분명 자립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립은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관심과 지원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자립을 결심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여러분들의 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듯이 여러분들도 자립을 통해 새로운 변화들을 함께 경험해 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여 살 수 있게 옆에서 힘이 되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