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장기요양 '등급'을 노동 배제의 사유로 둔갑시킨 복지부의 차별, 대법원이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노인 차별 중단하라!”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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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0일, 대법원이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만 65세에 노인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일자리에서 해고된 중증장애인 최윤정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장애 차별 구제 청구 소송(2026다205139)에서 원고 승소가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날이다.

사건은 복잡하지 않다. 최 씨는 2020년부터 동료상담가로 일해온 노동자다. 2024년 2월 15일 만 65세가 되었고, 주민센터의 안내에 따라 심사를 받아 2월 29일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3월 13일 해고되었다. 그사이 그의 몸은 달라지지 않았고, 하던 일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서류 한 장뿐이었다. 「2024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에 적힌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즉시 참여 중단'이라는 한 줄, 국가는 그 한 줄로 사람을 잘랐다.

요양이 필요하다는 판정은 일할 수 없다는 판정이 아니고, 장기요양을 받기 때문에 활동지원이 필요 없다는 논리도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는 둘 중 하나로만 귀결시키며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일률적 통제를 위해 장기요양 등급으로의 전환을 강제해왔다. 나이가 들어 장기요양 대상이 되는 순간 장애인은 노동자의 자리에서 밀려나 관리와 요양의 대상으로 치환됐다. 장기요양 등급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해고통지서가 된 셈이다.

2024년 8월 소송이 시작되고 그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터지자 복지부는 2025년 사업안내에서 부랴부랴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여전히 비겁한 권모를 부렸는데, 기존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자’를 참여에서 배제하는 조항은 삭제했으나,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자에 한정해 의사진단서 등 별도의 조사를 실시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실질적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야 했던 상황과 입법기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꼼수’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 것이다. 2025년 11월 7일, 1심 재판부는 이 모두가 차별이라고 판단하며 손해배상과 조항 삭제를 명령했지만 복지부는 21일 만에 항소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으나 복지부는 다시 한번 상고했다.

정부가 이토록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려 했던 것은 무엇인가. 최 씨가 빼앗긴 임금은 2024년 기준 한 달 월급 552,160원으로, 2년 1개월의 소송 끝에 확정된 배상액은 겨우 5,314,540원이다. 국가는 그 500만 원을 지키겠다고, 아니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한 사람을 세 번의 법정에 세우며 괴롭혔다. 중증장애인이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자리를 빼앗은 것으로도 모자라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하고, 그 생계를 빼앗는 것이 지금까지 적법했고 앞으로도 적법해야 한다는 악독한 행정 관례를 지속했다. 장기요양 등급을 근거로 한 사업 배제부터 소송까지 모두 행정 체계라는 명분 속에 행해진 적극적 차별이었다. 그러니 복지부의 이러한 항소는 어떤 대의나 복지 체계의 질서를 위함이 아니라, 그저 복지부 스스로의 차별 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에 가깝다. 법원의 명료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소송은 ‘차별은 어쩔 수 없다’는 정당화를 위한 미봉책이었을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요양 급여 수급의 연령에 이르렀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박탈당한 채 서비스 선택권을 행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장애 당사자는 존엄성을 다시 한번 빼앗긴다.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예산 앞에서 서비스가 강제되는 이 구조는 이번 사건 하나로 겨우 한 단계 진전했다. 활동지원과 장기요양 사이의 선택권조차 지난 5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제 겨우 법률에 적혔으나, 여전히 시행이 2027년 5월 27일로 공백의 상태에 놓여 있다. 그마저도 선택권은 ‘이 법에 따른 수급자였다가’ 65세를 넘긴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단서 조항을 통해 복지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심판대 위에 올려 놓고 있다. 65세 이후 탈시설한 장애인 등은 결국 국가가 거부한 존재로 놓여졌다.

2024년 8월 20일, 첫 소송을 제기하며 최 씨는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64세일 때는 멀쩡하다가 1년 사이에 갑자기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장애노인을 재가장애인으로 만들고 일자리를 중단하는 이유는 뭔가요? 현대판 고려장을 만들려는 건가요? 장애노인을 장애인거주시설로 보내려고 하는 건가요? 우리도 일할 수 있습니다. 일하면서 세금도 내는 직장인이 되게 하세요.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 중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게 하세요. 우리도 똑같은 국민으로, 시민으로 살게 하세요."

시민으로 살게 하라. 이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 이 투쟁의 아주 소박하고 명료한 요구다. 필요한 서비스의 선택을 허하고, 어떤 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심판대 위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최윤정 씨의 이 값진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복지부에 요구한다.

  • 근로가능여부 확인·의사진단서 제출 등 장애노인을 차별하는 일자리 지침 삭제하라.
  •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조항이 시행되는 2027년 5월까지, 만 65세 도래를 이유로 한 강제적 노인장기요양 전환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
  •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만으로 제한하는 단서 조항 삭제하고, 모든 장애노인에게 서비스 선택권 보장하라.

2026년 9월 22일(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